유가의 조상 제사는 현재의 내가 있도록 한 조상을 추모하고 그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의례이다. 유학자들은 제사를 지내기에 앞서 재계(齋戒)를 통해 심신을 안정시키고 돌아가신 조상에 대해 정신을 집중하다 보면 곧 그들을 다시 만나는 듯한 체험을 하게 된다고 여겼다. 재계의 방법은 음식을 삼가고, 복장을 단정하게 하고, 깨끗이 목욕하고, 주변을 청소하고, 조문하지 않고, 불필요한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흉하고 더러운 일에 관여하지 않고, 남과 다투지 않는 것 등이다. 여기에서 ‘흉하고 더러운’ 일이란 구체적으로 집안에서 발생한 상(喪), 전염병과 질병, 그리고 출산 등이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가례의 제례를 이해하는 맥락에서 부인의 출산을 ‘불결한 일’로 규정하고, 집안에 출산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제사를 지내지 않도록 하였다. 출산 과정에서 유출되는 혈액과 분비물, 그것에서 풍기는 냄새, 그리고 산실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조상 제사와 재계의 정결함을 더럽힌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출산은 제사와 관련한 금기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민속이나 종교에서 보이는 출산에 대한 죄악시, 혹은 출산 장소의 격리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발견되지 않는다. 조선의 유학자들은 태어나는 것 그 자체보다 온전히 살아서 후손을 낳고 죽어 기억되는 것을 더욱 중시하고, 출산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긍정적 혹은 부정적 의미를 부여하기보다는 즉물적 관점으로 바라보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