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시마 다케오의 소설 ‘한 여자’는 자아에 눈뜬 여성이 사랑-요시모토 다카아키의 개념을 빌리면 ‘짝환상’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파멸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본 논문은 주인공 요코는 왜 파멸하는가 하는 소박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이 작품이 일본 리얼리즘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만큼 그 파멸은 사회적 인습과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서사 자체에 입각할 때 요코의 번민과 파멸의 직접적인 원인은 사회적 제재에 있다기보다 짝환상을 추구해나가는 그녀 자신의 내면에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짝환상을 추구하는 요코의 내면에는 탐욕과 불신과 과도한 섹슈얼리티가 숨어 있다. 그리고 불신은 다른 두 가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탐욕과 불신 때문에, 요코는 구라치가 해고된 후 반국가적인 범죄로 치닫는 것을 말리지 않았다. 또 기무라를 기만하는 비도덕적인 타락도 마다하지 않았다. 작품의 실체는 “내부와 외부의 리얼리즘이 균형을 이룬다”라기보다 ‘특수한 내부의 리얼리즘’이 외부의 리얼리즘을 압도하고 있다. 요코의 비극의 또 한 가지 특징은 과도한 섹슈얼리티 외에는 요코가 자신의 문제를 ‘운명’으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요코가 설령 수술 후 계속 살 수 있다고 해도 운명과의 싸움에 나서지 않는 이상 요코의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 이 점 간통으로 인한 불행을 겪은 후 ‘화해’에 도달하는 테어도어 폰타네(Theodor Fontane) 작 「에피 브리스트(Effi Briest)」의 주인공 에피는 좋은 대조를 보여준다. 앞으로 여성의 간통을 그린 세계의 리얼리즘 소설들이 어떤 차이를 보여주는지 비교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