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鄭板橋라는 인물과 그의 삶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이다. 그는 서화에 그리 마음을 두지 않았고 오히려 현실 참여에 뜻을 두며 名士의 지향을 품었고, 또 한편으로 大丈夫의 삶을 지향하였다. 秀才에 대한 그의 무차별한 비판 역시 스스로 가진 지식인의 책무의식에서 발양된 현실 참여의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비판만을 일삼았던 것은 아니며, 삶 속에서는 남녀노소, 신분, 동물 등 관계에 대해 차등적 시선을 품지 않았고, 어려운 백성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人文主義者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경계를 넘어 타자를 대할 줄 아는 인문주의자로서 손색이 없는 그의 모습들을 하나하나 만나다 보면, 그가 평생을 들여 완성한, 우리에게 남긴 최고의 작품은 바로 그가 삶에서 보여주었던 따스한 행적들 그 자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