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한유(韓愈)의 〈백이송(伯夷頌)〉을 “이중으로 읽기(double reading)”를 통해 다시 읽은 결과물이다. 〈백이송〉은 사마천의 〈백이열전〉을 이어 백이 담론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하였다. 곧 〈백이열전〉이 백이론과 역사 쓰기를 결합하여 미래에 지속될 역사라는 시공간을 당대 현실이라는 실존으로 끌고 들어와 백이와 공자, 사마천 자신을 정당화하였다면, 〈백이송〉은 그러한 역사 쓰기가 아니라 윤리학적 지반을 달리 설정하는 방식으로 백이와 무왕 모두를 성인으로 양립하고자 하는 담론 쓰기의 차원에서 백이를 다루었다. 이글에서는 〈백이송〉에 이러한 사적 의의를 부여할 수 있는 근거를 밝혔다. 곧 한유는 사마천의 백이론을 변주하여 백이가 성인 무왕의 윤리학이 아닌, 그것과 대등하면서도 다른 별도의 윤리학적 지반에 서 있음을 규명함으로써 백이와 무왕은 ‘무왕-성인’과 ‘백이-반(反)성인으로서의 성인’으로 영원히 양립될 수밖에 없는 존재요 관계임을 밝혔다. 그 둘이 서로가 서로의 존재와 정당성, 그 역사적·윤리학적 가치를 밝혀주는 대립적 공생관계임을 밝히는 방식으로 그 둘의 양립 가능성을 모색했음이다. 이점에서 〈백이송〉은 앞선 시대의 백이론 전통을 돌파하는 성취를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백이송〉 이후 백이와 무왕의 성인으로의 양립이라는 화두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졌다는 점에서 새로운 백이론을 선취했다는 의의도 함께 지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