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주의란 용어는 1958년 마이클 영의 풍자 소설에서 처음 등장하였지만, 그전부터 출신과 상관없이 능력에 따라 보상받아야 한다는 관념은 존재하였다. 특히 근대 자유주의 이념은 신분이나 계급의 세습이 아닌,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사회적 지위를 분배해야 한다는 관념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능력주의 이념은 현대에 이르러 “지위와 보상은 능력에 따라 분배되어야 한다”라는 분배 원칙으로 형성되었고, 사회적 불평등의 심화라는 역사적 배경에 따라, 기회의 평등과 사회적 이동성이라는 핵심 원칙을 전제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서구사회에서는 이러한 능력주의에 대해 오랫동안 반론이 제기되었다. 이를 허구, 지배, 평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먼저 능력주의자들이 전제하는 개인적이고, 통제 가능하며,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능력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정과 사회에서 오는 운을 완벽히 제거하지 않는 한, 오로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성취를 파악할 수 없으며, 교육이나 훈련을 통해 습득한 개인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판별해 내기란 어렵다. 다음으로 능력주의는 능력 있는 엘리트들의 지배와 독점을 정당화한다. 현대사회의 엘리트 집단은 자신들의 권력과 특권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능력주의 이데올로기를 사용하여 특권을 유지하고, 현실의 불평등을 정당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능력주의는 능력에 따른 불평등과 차별을 용인하여 사람들의 관계를 불평등하게 한다. 능력주의 체제는 능력을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의 사회적 관계를 불평등하게 만들 뿐 아니라 능력을 대물림하는 또 다른 세습주의를 낳고 있다.
이러한 반론을 극복하기 위해 지배집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정해지는 능력 개념 대신 민주적 과정을 통해 결정된 자격적합성 개념을 도입하거나, 능력이 아닌 순수한 운에 따라 추첨을 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도 일정한 한계를 지닌다는 점에서 향후 구체적인 분석과 검토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능력주의 담론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다. 즉 한국사회의 능력주의 담론은 능력주의에 대한 정당성 논의를 시작으로, 분배 과정에서 나타나는 특권, 불공정 관행과 부정의를 제거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능력주의에 대한 평등주의적 대안 모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