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함병춘이 기술한 한국인의 의식체계에서 주목하였던 샤머니즘(shamanism)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서구 근대 법체계를 도입한 이후 우리는 한국의 법체계, 즉 독자적인 법체계를 운용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법을 운용하는 문화적 차원에서는 어떠할까. 일찍이 함병춘은 한국 법문화에 대해 연구하면서, 종교 중에서도 특히 무교의 영향을 받는 한국인의 의식체계에 대해 고찰한다. 서구 기독교와 그 문화가 자연법의 형성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본다면, 마찬가지로 아시아에서 유교, 불교, 도교, 무교(샤머니즘)와 그에 따른 문화가 서구 근대 법체계의 도입에 모종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서구 근대의 계몽된 법체계를 수용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로 여겨졌던 당시에는 샤머니즘과 그 영향을 받은 문화는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치부되기 쉬웠다. 함병춘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이 영역이 쉽게 폄하되거나 폐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는 점에 있다.
이 논문은 한국의 법문화에 대한 함병춘의 연구와 그에 대한 비판을 살펴보고 그중에서도 한국인의 시원적인 의식체계로 드러나는 문화와 법을 운용하는 비법적 방식이 오늘날의 관점에서 재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 여부를 타진하고자 한다. 특히 함병춘 이후로 이뤄진 한국 샤머니즘에 대한 이론에 비추어 보았을 때, 함병춘이 지목하였으나 도달하지 않은 지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다시 확인하고자 한다. 이와 같은 고찰은 다음과 같은 질문과도 연계되고 확장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첫째는 우리의 맥락에서 문화와 법의 관계를 어떻게 보고 그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고. 둘째는 한국전통의 핵심적인 논리체계와 유래로부터 한국인의 의식체계에서 작동된다고 기술된 기제가 오늘날에도 유효할 수 있는가 여부에 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