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능력주의 비판론을 평등주의 이론, 특히 능력을 제도의존적인 것으로 보는 평등주의 전통의 관점에서 검토한다. 구체적으로는 이러한 관점에서 능력 기반 선발의 결과로 발생하는 불평등이 정당화될 수 있는 조건이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탐색하고, 이 탐색을 기반으로 능력주의의 폐해에 대응하는 정책으로 최근 빈번하게 제기되어온 대입추첨제의 사례를 살펴본다. 통상적인 대입 추첨제 지지 논변은 추첨제 도입으로 특정한 경험적 결과가 나타날 것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도입 시 해당 사회에서 예상되는 경험적 여파를 좀 더 주도면밀하게 연구해야 그 적절함을 판단할 수 있다. 이 점을 지적함과 동시에 이 글은 대입 추첨제 도입의 다른, 비결과적인 지지 근거로 절차적 공정성 논변을 검토한다. 절차적 공정성 논변에 따르면, 대학 입시에서 해당 제도적 맥락에 적합한 능력만을 반영한다면 오히려 추첨이 현행 제도보다 공정할 수 있다. 절차적 공정성 논변 역시 추첨제의 프로 탄토 이유(pro tanto reason)를 제공할 뿐이며, 예상되는 경험적 결과가 충분히 부정적일 경우 추첨제 도입의 최종적 이유(conclusive reason)가 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나 추첨제를 능력주의의 폐해에 대한 해법이 아니라, 적절한 능력 기반 선발 원리를 도입한 결과로 본다는 점에서 여타 논변과 주요하게 구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