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배경 최근 연구 조사를 통해 창덕궁 희정당 일곽이 건립된 1920년부터 최근까지의 실내의장 요소들이 상당 부분 원형을 보존하여 남겨져 있음이 확인되었다. 희정당의 한양절충식 실내장식은 서구 사회의 근대 전환 기 양식들과는 구분되는 독창성을 지니고 있으며, 디자인사에 있어 단절의 시기로 여겨지던 전근대로부터 근대 로의 이행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매우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2021년 신관영역을 중심으로 관람 환경 개선 공사 가 시행되면서 국내에서 최초로 한양 절충식 궁궐 전각의 실내 벽장식 수복을 위한 조사와 디자인 재현이 시도된 바, 본 연구를 통하여 한국의 근대전환기 실내장식 복원의 경험적 과정을 공유하고자 하였다.
연구방법 첫 번째 단계는 문헌 및 선행 연구를 통한 이론 고찰로 연구 대상인 창덕궁 희정당과 그 일곽이 지닌 근대 전환기적 특수성을 바탕으로 실내 공간이 한양절충식으로 조성된 배경을 살펴보고, 영미권의 역사적 건축 물의 실내장식 복원 경향을 조사하였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현장 조사를 통하여 수집된 사료들의 DB화 및 디자 인 재현 시점의 특정, 재현대상의 선별이 이루어졌다. 또한 선별된 재현 대상을 중심으로 디자인 구현에 요구되 는 실질적인 데이터를 도출하기 위해 벽지 도안의 분석과 색도 분석, 실험을 통한 안료 분석이 이루어졌다. 세 번 째 단계에서는 도출된 데이터를 활용하여 디자인 재현이 이루어졌으며, 이 과정을 통하여 완성된 결과를 제시하 였다. 마지막으로 최종 단계에서 일련의 과정에 대한 디자인사적 의의를 짚어보고 경험적 한계를 도출하고자 하 였다.
연구결과 현장 조사와 고증을 통하여 희정당 신관의 초기 건립 시기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벽지 11 종에 대하여 디자인 재현을 시행하였다. 가장 먼저 문양의 형태를 복구하여 디지털 도면화하는 작업을 시행하였 고, 측색기로 색도를 측정하여 디지털 색값인 L*a*b*를 도출하고, 광학 현미경 관찰 및 안료 분석의 결과로 추정 된 안료의 표준색 값과의 비교를 통해 두 색채값의 범위 내에서 적용될 색을 결정하였다. 재현된 벽지 11종은 현 장 조사 시 확인 및 수습이 이루어진 위치에 맞추어 적용되었다. 이 과정을 통하여 희정당 신관 내 3개 방과 1개 복도에서 전체적인 실내장식이 복원되었다.
결론 본 연구의 실증적 기회가 된 희정당 일곽의 실내 벽장식 복원은 전통 궁궐 전각을 배경으로 시도된 최초의 디자인 재현을 통한 공간 복원 사례이다. 역사적 고증과 실증에 충실하게 진행되는 보존 중심의 복원과는 달리 디자이너의 정성적 판단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였다. 이는 전통 문화재 분야에 있어 디자이너 참여의 필요 성과 더불어 한국 디자인 역사 연구 분야에 있어 근대성을 다른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는 점에 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본 연구가 향후 관련 사업에 실질적인 자료로 활용되고 나아가 관련 연구 의 지평이 확장되는 데 기여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