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배경 냉장고는 음식을 보관하기 위한 제품이기 때문에 그 디자인은 음식 문화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할 수밖에 없다. 한국형 냉장고는 한국 음식 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김치와의 관계 속에서 발전해 왔다. 물론 김치가 한국형 냉장고를 규정짓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었다. 산업화와 도시화에 따라 주거 공간이 아파트로 변화하고, 생활문화 역시 변화함에 따라 한국형 냉장고를 규정짓는 요소는 더욱 다양화되었다. 특히 80년대 말부터 본격화된 중산층의 문화는 다양한 한국형 제품을 등장시킨 동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는 한국형 냉장고를 규정짓는 핵심 요소였다. 본 논문은 한국형 제품이 번성했던 올림픽 시기를 기준으로 전후 약 10여 년 동안 출현한 대표적 한국형 냉장고들을 고찰함으로써 해당 시기 한국형 냉장고의 내용과 흐름, 특징을 밝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연구방법 본 논문은 일간지와 잡지에 등장하는 냉장고 광고와 기사를 도상학적 해석과 담론분석의 방법을 통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그리고 비평적 서술의 방법을 통해 분석된 내용을 해석하고 구조화함으로써 연구가 목적하는 결과를 도출했다.
연구결과 연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과가 도출되었다. 첫째, 1984년에 출현한 금성사와 대우전자의 ‘김치냉장고’는 아이스박스 형태를 응용한 최초의 김치냉장고로,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 등 도시 가정의 김치 보관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당시 별도의 냉장고를 통한 김치 보관은 공간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부담스러운 것이었기 때문에 대중화되지는 못했다. 둘째, 1988년 기존 냉장고에 별도의 김치 보관실을 갖춘 3단 김치냉장고가 금성사와 대우전자에 의해 등장했다. 이들 제품은 김치 냄새가 다른 음식에 배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했지만, 문화적 이유로 인해 재래 김장독이나 특수 제작된 아이스박스 제품을 대체하지는 못했다. 셋째, 80년대 말에 이르러 냉장고 보급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제조사들은 디자인 변화, 첨단 기술, 크기 향상이라는 3방향으로 변별점을 만들어갔다. 이때 등장한 다양한 색상의 냉장고는 개성과 취향이 강조되는 시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냉각방식이나 자외선, 적외선 등을 활용한 살균과 탈취가 강조되는 제품도 이때 등장했다. 대형화 경향도 뚜렷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당시 본격화된 중산층 문화와 관련된 현상이었다. 넷째, 1993년 한국형 제품의 유행에 따라 다시 한 번 김치냉장고가 등장하였는데, 이 시기 김치냉장고는 냉장고가 김치를 단순히 보관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숙성시키며 맛을 낸다는 개념을 구현했다. 1995년에 출시된 만도 위니아의 딤채는 김치냉장고의 발전 방향을 바꾸었다. 이 제품의 형태는 이후 김치냉장고의 전형으로 자리했다.
결론 한국형 냉장고는 김치를 매개로 한 음식 문화, 한국 고유의 주거 환경과 생활 방식, 기업의 차별화 전략 속에서 발전해 왔다. 특히 김치를 매개로 등장한 한국형 냉장고들은 냄새와 보관의 이슈에서 점차 저장과 맛의 이슈로 이동하는 모습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