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 말 세기 초의 중국 시는 새로운 시장경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시는 독자가 시장에서 구입하는 상품의 하나가 되고, 시장에서의 판매가능성이 출판물의 발간과 부수를 결정하는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詩 창작과 유통에 대한 당국의 관심과 개입은 여전하였다. 1998년 베이징(北京)의 중앙급 詩 간행물(中央級詩歌刊物) 《詩刊》은 ‘중국 시가 현황조사(中國詩歌現狀調查)’를 실시하여 개혁개방으로 인한 자신과 詩의 위기를 시장의 논리를 통해 벗어나고자 하였다. 이 조사는 독자의 취향을 확인하고 시의 트렌드를 예측하는 등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詩 전문지의 선제적이고 도전적인 대응이었지만,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조사는 과정 자체가 ‘차트 조작’이고, 결과물 또한 ‘명인 사전(名人詞典)’에 불과할 뿐 아니라, “해야 할 일은 안 하고 쓰레기를 만들어” “시와 시인을 오염시키고” 말았다는 평을 받고 말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황조사’는 명작만이 소비되고 재평가되며, 새로운 시인의 출현이 어려워진 시장 상황을 드러냄으로써 다가올 詩의 위기를 알리기도 하였다. 다시 말해서 이 조사는 시장 안의 독자들이 자신이 선호하는 시만을 正典化 하는 방향으로 이끌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