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행열전〉에서 사마천은 황제에게 총애 받았던 신하들의 행적을 기록했다. 그들은 특별한 재능이나 뛰어난 인품으로 득세한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황제와 친하게 지내거나, 여동생이 황제의 마음에 들어 간택되거나, 심지어 황제의 꿈에 나타났다는 이유로 발탁되기도 했다. 막대한 부와 권력을 손에 쥐었으나, 이들의 최후는 모두 불행했다. 하지만 불행한최후를 기록했다는 이유로 사마천이 그들을 증오했다고 속단하거나, 〈영행열전〉을 쓴 목적을 권계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영행들의 불행한 최후가 외부요인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사마천의 기술 태도로 볼 때, 〈영행열전〉의 메시지는 영행의 처지에 대한 동정, 時를 얻지 못한 안타까운 감정을 토로한 것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