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그동안의 향가 연구가 주술성과 종교성, 서정성에 경도된 결과, 당대 향가의 실체와 문학으로서의 본질에 대해 규명하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향가가 어떻게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물음에 충분히 해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향가의 노랫말과 신이한 이력 사이에 드러나는 인과적 결속성의 결핍과 그에 따른 간극에 주목하고, 외부 세계, 수용자와의 교호와 소통이 바로 이러한 간극을 메우는 구조적 장치가 된다는 가설을 설정하였다. 이에 따라 이 연구에서는 언어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과 작용을 중심으로 향가의 존재 방식과 구조를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이러한 연구 목적을 위해 신이한 이적을 내재하고 있는 향가 작품을 대상으로, 소통론과 화행이론을 연구 방법론으로 삼아 현실 세계, 작자, 수용자가 관여, 개입하는 담화 구조를 규명하고, 이들의 교섭 속에서 실현되는 언어-사건의 측면을 밝히고자 하였다.
먼저 현실 세계의 측면에서는 외부의 발화가 텍스트 속에서 목소리 그대로 언표화되는 가운데 현실 세계가 ‘소환’됨으로써 텍스트 세계가 하나의 사건으로 작동하고 있다. 둘째, 작자의 측면에서는 기원과 희구의 발화를 그대로 노출시켜 ‘표백’함으로써 발화수반행위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셋째 수용자의 측면에서는 노랫말에 이입하여 텍스트 세계에 ‘공명’함으로써 체현과 감응의 경험을 획득하는 데 이르고 있다.
이러한 소통 구조는 향가가 현실 세계, 수용자와의 특별한 관계 속에서 생성, 향유된 갈래임을 확인시켜 준다. 향가는 현실 세계, 수용자와의 교호 속에서 실현된다는 점에서, 참여로서의 본질을 지향하는 갈래로 규정될 수 있다. 동시에 작자의 통어 속에서 실현되는 중층적이면서 입체적인 소통 구조를 지니고 있다.
소통 구조로서 접근하게 되면, 향가는 현실 세계의 문제 사태에 대한 해결을 목적으로 절대자를 소환하여 기원과 소망의 내용을 현재화하고, 이를 집단적으로 연행함으로써 체현과 감응에 이르는 언어 양식으로 개념화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논쟁이 되어 왔던 ‘사뇌’의 의미에 대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목적에서 존엄한 대상으로 향해 기원의 말을 올려서 바치는 집단의 노래를 가리키는 말이라는 새로운 가설을 제언할 수 있다. ‘사뢰다’의 의미와 활용역, 그리고 『삼국유사』, 『균여전』 등의 여러 외적 기록을 통해 근거와 그 가능성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