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연작 중인 「일제 강점기 부산나병원에 대한 연구」의 두 번째 논문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부산나병원이 개원한 정확한 장소를 고증하고, 그 위치로 인해 일제에 의해 강제로 폐원되는 과정을 밝힌다. 또한 부산나병원의 면적, 지목, 매매가격 등 세부 사항도 함께 다룬다.
부산나병원 위치는 현재의 부산광역시 남구 감만2동과 대연4동이다. 이곳은 개원 당시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바다와 산을 접하고 있어서 나환자들이 치료받으면서 생활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그러나 일제는 부산을 군사기지화 하면서 부산항과 적기항 등 주요 군사시설을 조망하는 곳에 자리한 부산나병원의 위치를 문제 삼기 시작하였고, 결국 강제 폐원시켰다.
이 과정에서 일제가 작성한 문서에 따르면, 부산나병원은 26,489평의 면적으로 田이 전체의 60%를 차지고 있었고, 토지 수용가격은 103,000원이었다. 그러나 이는 부산나병원 부지의 실제와는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다. 일제의 지원금으로 구입한 부지와 기존에 점유한 토지 중 일부가 측량으로 제외되면서 면적이 줄었다. 지목은 1912년 토지조사사업에서 전체 면적의 과반이 畓이었으나, 관련 문서에서는 모두 田으로 변경되어 있었다. 토지 수용가격 역시 주위 시세보다 낮게 이루어졌으며, 경지정리 후 2배 이상의 가격으로 판매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있었다.
이는 필자가 기존 연구에서 분석한 것처럼 일제가 부산나병원의 정원을 조작한 혐의와도 대체로 일치하는 것이다. 일제의 나환자 정책은 위생과 치료라는 근대 의료정책을 표방하였지만, 그 이면에는 군국주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이중성이 있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