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하나의 자료가 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바로 묵암비망록이라는 자료였다. 이 자료는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이자, 독립선언서의 인쇄과정을 책임졌던 인물인 묵암 이종일 선생의 일기 기록이라며 세상에 공개되었다. 그러나 이 자료는 새롭게 발굴된 지 1년 만에 망실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과정중 오직 한 연구자가 자료를 독점하고 활용하였다.
그 동안 묵암비망록 가필설을 주장하는 여러 연구자들이 있었지만, 근본적 비판이 이루어지지 못 하면서 독립운동가 이종일에 대한 대중적 기억 만들기와 천도교 독립운동사 서술이 묵암비망록을 토대로 이루어져 왔다.
본고는 묵암비망록의 발굴과 망실 과정을 되짚어보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모순점들을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자료 이미지와 원문 공개에는 지속적인 변형이 있었고, 자료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오히려 감춰져왔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묵암비망록에 실린 날씨 기록은 김윤식의 속음청사를 베낀 것이었고 1919년 6월 이후 기사들도 절반가량 장효근일기를 표절한 것이었다. 1912년 이종일과 한용운의 민족문화수호운동 관련 논의나 1913~1914년 독립의군부 활동과의 연계, 1919년 전지적 작가시점의 독립운동 조망 등 독립운동 관련 서술들도 역사적 맥락에 부합하지 않음을 확인하였다.
본고는 이상의 실증적 검토의 결과, 현재 전하는 묵암비망록이 만들어진 자료임을 확인하였다. 다시는 한 연구자가 자료를 독점하고 다른 연구자와 공유하지 않는 행태를 용인해서는 안 될 것이며 상호간 학술적 토론을 통해 ‘과학으로서의 역사학’이 작동할 수 있도록 역사학계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