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이후 한국개신교는 시민운동으로 방향을 잡았고 그것의 구호는 ‘생명평화’였다. 한국개신교의 생명평화운동은 한국YMCA와 기독교환경운동연대가 주도하였지만, 두 단체의 활동과 사상에서는 적잖은 차이를 보인다. 이것은 한국개신교 시민운동의 분화를 의미한다. 두 흐름은 모두 ‘정의⋅평화⋅창조보전(JPIC)’에 기초하지만, 이 세 가지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다르다. 한국YMCA의 생명평화운동은 창조보전보다는 정의와 평화에 방점을 둔다. 반면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창조보전이 출발점이자 도착점이며 정의와 평화도 창조보전의 맥락에서 이해한다. 이러한 차이는 운동 영역과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한국YMCA가 기존의 노동, 인권, 경제, 사회 운동 등의 연속선상에서 정의와 평화를 강조하면서 생태적이고 환경적인 요소를 부가적으로 수용한다면,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반대로 생태 및 환경운동을 중심에 두고 정의와 평화를 수용하는 입장을 취한다.
두 단체의 차이는 종교적 측면에서도 드러난다. 한국YMCA의 생명평화운동은 기독교적 이념에서 출발했지만 그것의 지향은 이른바 세속사회 혹은 세속윤리와 맞닿아 있다. 따라서 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도 굳이 기독교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반면, 기독교환경운동연대의 생명평화운동은 생태학의 원리를 가져와 그것을 기독교적인 이념(창조-타락-구원)과 결합시키고, 그 운동의 원리와 원칙을 기독교 사상에서 찾아낸다(생태영성, 생태신학). 그리고 그것을 교회운동으로 확산시킨다. 이러한 사상적 방향성의 차이는 두 진영의 주요 운동 영역에서도 드러나는데, 한국YMCA가 주로 사회운동의 차원에서 대사회적 활동에 강조를 두는 반면, 기독교환경운동연대는 에큐메니칼 진영뿐만 아니라 복음주의권도 포괄하면서 교회운동적 성격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