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고지도(古地圖)를 통해 조선시대 녹둔도(鹿屯島)의 시기별 변화 과정을 추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녹둔도는 고지도에 해도(海島)ㆍ하중도(河中島)ㆍ삼각주(三角洲) 등으로 그려졌다. 조선 후기에는 현재 러시아 연해주에 연륙화(連陸化)되었다. 고지도에 보이는 녹둔도의 영역은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동시기에 제작된 지도임에도 녹둔도의 성격은 다르게 표현되었다. 이에 따라고지도를 통해 녹둔도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기에서는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참고하여 오류가 분명한 고지도를 제외하고, 당시 문헌과 현재의 지리적 정보를 종합하여 조선시대 녹둔도의 변천을 설명해 보고자 한다.
동여비고(東輿備攷)(1680년대)에 보이는 두만강 하구는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 勝覽)(15세기 후반∼16세기 전반)의 기록과 많은 부분이 일치한다. 15∼17세기 녹둔도는 동해에 인접한 하중도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녹둔도가 동해에 가까웠기 때문에 일찍부터 해도라는 이미지가 생겼고, 그러한 이미지가 신증동국여지승람의 부도(附圖)인 「동람도(東覽圖)」 를 통해 조선 후기까지 전승되었다고 생각된다.
18세기 초반 이후 두만강 하구는 퇴적 작용이 활발히 진행되었다. 녹둔도 또한 섬 주변으로퇴적물이 쌓였던 것으로 보인다. 녹둔도를 포함한 두만강 하구는 삼각주로 변모하였다. 이는 18 세기 중반에 제작된 해동지도(海東地圖)(1750년대 초반)와 비변사인방안지도(備邊司印方眼 地圖)(1747년경)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후 퇴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면서 녹둔도는 1760년경 두만강의 좌안(左岸)에 연륙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지도서(輿地圖書)(1760년경)에 보이는 녹둔도는 바로 이러한 상황을 알려준다.
요컨대, 조선시대 고지도를 통해 볼 때 녹둔도는 17세기까지는 두만강 하구의 하중도였다. 18 세기 초반경 녹둔도를 비롯한 두만강 하구는 퇴적물로 인해 삼각주가 형성되었다. 이후 늦어도1760년경에는 두만강의 좌안인 연해주에 연륙되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