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식민지/제국 시기의 공업도시 흥남과 패전 후 일본의 미나마타 사이에 형성된 역사-생태적 연쇄에서 미나마타병의 ‘원천(Ursprung)’을 탐사한다. 이 글은 미나마타병의 원천, 즉 미나마타병의 등장이 지시하지만 미나마타병 자체로는 모두 드러나지 않는 근원적이고 반복적인 힘이 식민주의적 축적에서 발견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질소는 식민주의적 축적을 통해 자연적 시간과 주변 환경의 리듬에 적응하던 세계를 파괴하고 생산의 시간으로 가득 찬 흥남이라는 공업도시를 세웠을 뿐만 아니라, 일본질소의 ‘내지’ 공장들과 리듬을 공유하며 함경북도 지역까지 확장되는 새로운 세계를 구축했다. 이 세계는 인간과 자연을 포함해 모든 것을 새로운 ‘분리-변형-합성’의 공정 속으로 흡수하는 일종의 거대한 화학공장이었다. 그러나 이 ‘분리-변형-합성’의 공정은 식민지와 ‘내지’를 가로질러 형성된 일본질소의 ‘왕국’ 안팎에 필연적인 잉여 효과, 즉 분리-변형-합성 과정에서의 ‘오류’와 예기치 못한 분리-변형-합성의 증식을 낳는다. 일본의 패전과 한반도의 분단 이후 흥남과 미나마타는 아이러니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태평양전쟁 중 연합군에 의해 파괴되었던 미나마타는 냉전 초기 일본의 재군비화를 통해 재건되었고, 노동자들에 의해 접수되었던 해방 직후의 흥남은 사회주의 국가가 미래에의 권리를 장악하면서 일제 말기 생산주의 체제를 방불케 하는 노동의 도시를 형성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