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근년 일본에서 화제를 몰았던 ‘니게하지’ 현상(逃げるは恥だが役に立つ, 2016∼2021)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을 담아낸 것이었는지 다양한 작품의 콘텍스트와 후속텍스트와의 병행 고찰을 통해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프로 독신남’, ‘취직으로서 결혼’이라는 키워드를 필두로 남편과 부인의 관계를 ‘고용주와 종업원’으로 표현하는 등 기존의 남녀관계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전통적 가치관을 모두 뒤엎는 전개를 통해서 새로운 남녀관을 제시하였다는 점을 두고, 일본 시청자들이 ‘국민드라마’로써 타이틀을 부여한 점은 매우 흥미롭다.
또 본편에 이어 금년에 방영된 후속 스토리에서는 부부별성제, 남성육아휴직, 코로나19, 호모 소셜, LGBT 등 근년 일본의 전통적 가치관과 대립되는 다양한 ‘일본의 문제(ニッポンの問題)’와 관련된 키워드를 제시함으로써 다시 한번 화제를 창출시켰다.
결국 ‘니게하지’ 현상은 근본적으로 일본사회에서 넘기 힘들었던 전통적 가치관을 되묻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변화하는 사회에 맞추어 ‘보통을 업데이트’하고자 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이 담겨 많은 공감을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텍스트로서 기능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