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아베 코보의 『모래의 여자』를 텍스트로 하여 작품의 배경이 되는 1950년대 일본의 도시 도쿄와 도시인, 그리고 『모래의 여자』의 상징적인 공간인 모래구덩이와 그곳으로부터의 탈출의 의미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먼저 주인공 니키 준페이가 도시를 탈출한 근본적인 목적은 곤충 채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이름을 영속시키고 익명성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 것이었다. 두 번째로 작품에서 모래구덩이가 상징하는 의미에 대하여는 제레미 벤담이 고안하였던 판옵티콘의 구조적 동질성에 기인한 감시와 그에 따른 노동력의 착취였다. 마지막으로 서문에 언급된 ‘벌’과 ‘도망치는 재미’에 관하여 고찰하였다. 이는 유수장치의 개발로 인해 모래구덩이가 더 이상 감시와 구속의 공간이 아닌 스스로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자유와 희망의 공간이며 따라서 도시로부터의 탈출과는 다른 의미에서 모래구덩이에서의 탈출은 그 도망치는 재미를 상실한 때문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