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감각을 기반으로 하는 일본 전통시에서 과거에는 ‘집’을 그다지 소재로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방랑시인이나 은둔시인들은 ‘집’을 벗어나야 할 세속적인 공간으로 인식했다. 하이쿠에서 ‘집’은 계어(季語)가 아니어서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다. 그러나 부송은 젊은 시절의 방황을 거쳐 예술의 전성기를 교토의 민가마을에서 보내면서 ‘집’을 그림과 하이쿠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특히 하이쿠는 90작품 전후나 남기고 있다. 그는 인간 삶의 모습을 섬, 도시, 마을, 집으로 조감하는 공간의식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 중에 '집'은 가장 중요한 공간이었다. 그는 주로 서민의 민가를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눈에 덮인 집’, ‘작은 집 옹기종기’ ‘집의 얼굴’, ‘숨은 집’, ‘뒷골목 셋방’, ‘집으로 가는 길’, ‘등불 빛’ 등의 단어를 좋아했다. 그는 집을 하나의 구조물이나 단순한 풍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집의 표정', '집의 온기', ‘어머니 품’으로 묘사하여, 집이 하이쿠의 주요 시어로 거듭나게 함으로써 민중의 마음에 다가갔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