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해부학 극장을 근대 초 네덜란드에서 유행했던 일종의 대중 매체로 보고 그 형성과 사회적 기능을 고찰함으로써 해부학 극장의 대중 미디어적 실상을복원 및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본 연구는 해부학 극장의 참여자들을 분명하게 드러낸 그룹 초상화 작품들을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그룹 초상화 중 외과 의사들의 그룹 초상화의 배경이 해부학 극장이라는 사실은 당대 해부학 극장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추측할 수있게 해준다. 그러나 그룹 초상화에 재현된 등장인물들의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는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소란스러웠던 당대 해부학 극장의 실제 모습과 매우 다르다. 본 연구는 해부학 초상화를 과학 정신의 표상으로 해석한 기존 관점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이 해부학 극장의 사회적 기원과 발전 과정및 해부학 극장에 대한 당대 대중의 수용 양상들을 간과할 수 있다고 파악한다.
해부학 극장의 대중성 및 관객성과 관련하여 본 연구가 중점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점은 해부학 극장 및 그와 유사한 전시와 퍼포먼스를 소비했던 대중들의정서와 반응 양식이다. 본 논문은 당대 해부학 극장의 대중적 기능을 다음의 세 가지로 주장하고자 한다. 첫째, 해부학 극장은 해부가 시연되고 강의가 진행되는실험과 교육의 장을 넘어 수집과 전시를 통해 오늘날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했다. 둘째, 해부학 극장은 해부 시연이 필연적으로 연상시키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해 종교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중들의 회심(回心)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해부학 극장은 해부학 강연과 시연의 퍼포먼스를 통해 대중들의 카니발적 욕망을분출시키는 축제의 장으로 기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