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전반 일본은 군국주의적 확장 과정에서 아시아 지역 수많은 여성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성적 폭력을 자행했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바로 일본군 ‘위안소’의 운영이다. 중국은 수십 년에 걸쳐 일본과의 전쟁을 치렀던 만큼 일본군 성폭력의 최대 피해국이었다. 자연히 중국에서 일본군의 성폭력에 대한 문학적 재현은 적지 않은데, 유독 ‘위안부’에 대한 재현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런 점에서 중국현대문학사상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딩링이 관련 소재로 쓴 소설 〈새로운 신념〉(1939)과 〈내가 샤촌에 있을 때〉(1941)는 주목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본격적인 분석에 앞서 본 논문은 우선 한중일 삼국에서 두 소설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어 왔는지 그 연구사를 검토하였다. 중국에서 두 소설에 대한 분석의 초점은 거의 대부분 혁명(정치)과 여성주체의 관계에 놓여 있었다. 여주인공 쩐쩐이 ‘위안부’였다는 사실 자체가 처음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였다. 한일간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한 이후 일본의 여성학자들이 관련논의를 시작했고, 거기에 일본에서 유학하며 그 영향을 받은 중국인 학자가 쩐쩐이 ‘위안부’였음을 새삼 ‘발견’한 것이다. 이로부터 두 소설에 대한 연구에 ‘민족정체성’의 문제나 ‘민족주의’ 관련 분석이 추가되면서 관련 연구가 훨씬 풍성해졌다. 국가별로 보자면 중국의 연구는 대개 혁명과 여성의 관계에 집중되어 있고, 일본과 한국은 일본군 ‘위안부’라는 특수한 신분 속에서 ‘민족국가와 여성’의 관계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