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국문이 처음 존재하기 시작한 15세기와 국문 전용이 공식화된 이후인 20세기 전반기에 한시가 어떻게 번역되고 수용되는지 비교한 것이다. 15세기는 한문과 한시가 중심이면서 국문이 존재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고, 20세기는 한문과 한시가 존재하지만 국문과 자유시가 중심이 되는 시기라는 점에서 대비적이다. 한문과 국문의 위상이 서로 상반되고 시에 대한 인식이 전혀 다른 중세와 근대의 한시 번역의 양상을 비교함으로써 한국 시가가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지 그 문학사적 일면을 살피고자 하였다.
『두시언해』의 번역시는 주석을 없애거나 줄이고, 한시 율시의 대구, 압운, 평측 등의 형식을 살리기보다 우리말로의 번역시 그 자체가 가장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되게 하였다. 이를 통해 한시와 국어시가를 모두 향유하는 지식인층의 시가 향유의 역량을 제고할 뿐만 아니라 도착어인 우리말로 된 번역시를 통해서 중국 한시를 조선의 시로 향유하는 데에 기여하였다.
반면 근대 시인들의 번역시는 율시의 형식성을 살리고 보존하면서도 각자의 개성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율시의 형식적 특성을 나타내었고, 내용적으로 미련(尾聯)의 번역은『두시언해』와 정반대로 번역하였다. 이를 통해 중세 동아시아 문학권의 중심 갈래인 한시를 근대에는 ‘개인’적이고 개성적인 창작 역량으로 바꾸어 근대 자국어로 된 자유시의 중요한 특징이 무엇인지를 대중을 대상으로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