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1901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당시의 견문을 수년 후 『가련하고 정다운 나라, 조선(Pauvre et douce Corée)』이라는 제목의 여행기로 출간했던 프랑스 시인 조르주 뒤크로(Georges Ducrocq)의 한국시가에 대한 인식과 논평을 검토하였다.
뒤크로는 자신이 관찰한 사항만을 다루려는 지향과 상상력을 발휘하여 한국인의 삶을 구체적으로 재구하려는 지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었다. 전자는 ‘관찰자’적 지향이라 칭할 수 있다. 한국을 분석이나 교화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한 발치 물러선 위치에서 한국인의 일상 풍경을 글로 옮기려 하였기 때문이다. 후자의 지향은 ‘직관’에 해당한다. 뒤크로는 자신이 접할 수 없는 한국인의 삶의 심층에도 관심을 두고서 나름의 직관으로 그 내막을 채워 나갔던 것이다. 양자를 종합하면 뒤크로는 ‘직관적 관찰자’의 입장에서, 또는 ‘관찰자적 직관’을 발휘하여 자신의 한국 체험을 서술하였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한국의 시와 노래에 대한 뒤크로의 인식을 살필 때에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한국시가에 대해 당시까지 가장 학술적인 접근을 시도했던 인물은 모리스 쿠랑(Maurice Courant)이다. 그러나 같은 프랑스인이지만, 쿠랑과 뒤크로가 한국시가를 다루는 방식과 목적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쿠랑은 최대한 객관적으로 한국시가의 존재 양상을 기술하려 한 반면, 뒤크로는 한국시가 자체의 존재상보다는 작품에 담긴 한국인의 정서와 일상 등 내용적 측면을 중시하였고 그 이면의 사정을 직관적으로 포착하는 데 유념하였다. 쿠랑과 뒤크로 사이의 이 같은 편차는 한국시가를 논의했던 영미권 인사들 가운데 제임스 게일(James Gale)과 호머 헐버트(Homer Hulbert)가 노정했던 편차와도 유사하다.
뒤크로는 자세한 시적 상황을 번역시에 개재하였던 헐버트의 영역 작업에 공감하였다. 그러나 큰 틀에서는 헐버트의 의역 방식에 따르면서도 뒤크로는 작품 본연의 맥락을 가급적 되살리려는 중용을 택하기도 하였다. 원작에 비교적 충실한 게일의 영역을 취하되, 유사한 주제를 지닌 서너 편의 시조를 하나의 맥락으로 재편함으로써 원작의 의미를 보존하면서도 서구 독자들이 한국시가의 느낌을 한결 용이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배려하는 일종의 ‘엮음’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뒤크로는 일부 시구 또는 시행을 누락하거나 원작에는 없는 표현을 삽입하여 시상을 자연스럽게 연결 짓는가 하면, 시조가 지닌 세 단계의 전개 방식을 번역시에 어떻게든 드러내고자 조처하였다. 아울러 뒤크로는 한국의 속담에서 발견되는 응축적이고 생기발랄한 표현력이 한국문학의 저변을 이룬다고 서술하였는데, 이는 속담과 한국시가의 표현 양상이 매우 유사하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한편, 한국시가에는 고달픈 현실의 문제보다는 시간을 초월한 보편적 정서가 많이 나타난다는 뒤크로의 총평도 주목된다. 그의 언급은 질곡으로 점철된 한국인의 삶에 한국시가가 최적의 가치를 지닌다는 적극적인 평가와 잇닿아 있다. 어느 시대나 사회에서든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환기함으로써 고난에서 한 발 비껴 설 수 있는 계기를 한국인들은 문학, 특히 시가를 통해 마련하였다는 것이다. 그가 한국시가 작품을 여러 편 번역하여 프랑스 독자들에게 선보였던 이유도 한국인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가를 살펴야만 한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뒤크로는 한국문학을 논하였던 이 시기의 다른 어떤 서구인에 비하더라도 매우 진지하고 본격적인 탐색을 수행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