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슬람과 민주주의 사이 양립 가능성(compatibility)을 점검하는 많은 연구가 소개되었지만, 이슬람교도, 즉 무슬림들이 실제로 가지고 있는 태도와 가치들이 얼마나 민주적인지 경험적으로 분석하는 것에는 소홀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연구는 지난 10여 년간의 여론조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도네시아의 무슬림들이 정치체제와 규범으로서 민주주의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그 추이를 살펴보았다. 조사 결과 인도네시아 무슬림들은 개인의 종교적 경건함과 이슬람의 더욱 적극적인 현실참여, 그리고 미국에 대한 반감 등으로 구성된 이른바 ‘이슬람주의’적 성향이 더욱 강할수록 민주주의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슬람주의 정당들을 지지하는 무슬림들은 상기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인도네시아 정치와 사회 분야의 이슬람화가 민주주의의 전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지만, 동시에 정당제도 내에서 이슬람의 정치적 동원이 이루어질 때 민주주의와의 양립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