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당 정권하에서 가혹한 국가 폭력에 의해 생명과 인권이 유린당했던 백색 테러 시기(1949〜1987)의 타이완은 감옥섬이었다. 국제화 시대에 들어서도 주권국가체제의 국제 질서로부터 배제되어 온 ‘고립무원의 섬’ 타이완은, 그럼에도 국가 폭력에 맞서 인권을 존중하는 진보적이고 개방적인 정치문화를 만들어 왔다. 이 글은 백색 테러 시기의 사상 개조 및 집중 수용 시설이었던 뤼다오 신생훈도처가 “인권으로의 길”을 통해 국가인권박물관으로 거듭나는 타이완의 ‘이행기 정의’에 대해 고찰하는 것이다.
국가 폭력의 극복을 과제로 하는 타이완과 한국은 이행기 정의/과거사 청산이라고 하는 정치문화를 공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28사건에 비해 백색 테러에 대해서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았다. 백색 테러 정치적 수난자의 회고록 및 구술 기록과 전기물을 활용하면, 타이완 백색 테러 시기에 ‘정치범’의 말소를 암시하여 정치적 행동을 규율하는 절망의 기호로서 작용한 뤼다오 신생훈도처의 실상에 다가갈 수 있다. 민주화를 이루기까지의 타이완의 감옥화 된 삶을 규정했던 신생훈련처의 고찰을 통해, 타이완 ‘이행기 정의’에 있어서 백색 테러가 가지는 의미를 명확히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