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누키노스케 일기』는 헤이안 여류 일기문학의 흐름 속에서 변종이라고 칭해질 정도로 독특한 세계를 이루고 있는데 그것은 호리카와 천황의 죽음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일기 전체에 대한 서문을 중심으로 작자의 창작의식을 고찰하였다.
일기의 서문은 가어나 대구를 사용하는 등 격식을 차린 필치로 되어 있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독창적인 표현방법이 사용되어 작자의 창작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서문 전반부에는 와카를 인용하여 자신의 심정을 서경적으로 묘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후반부에는 ‘생각해보면’ 이후의 문장에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나열, 회상이라는 주제를 제시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심정어가 다용되며 특히 호리카와 천황과 관련된 장면에서 주로 나타나는 ‘눈물’은 서문에 3번이나 등장하여 호리카와 천황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화한다. 서문 후반부에는 『도사일기』나 『청령 일기』와 같이 일기 집필 동기와 집필 대상에 대한 언급이 있는데 이 또한 자신의 강렬한 사모의 마음의 연장선에서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작자 후지와라노 나가코는 연모하는 호리카와 천황의 붕어를 직면하고 그에 대한 일기를 쓰고자 했으며 선행 일기 문학의 집필 방식을 답습하면서도 새로운 작품 구상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서문은 그런 작자의 창작 의식을 엿볼 수 있는 것으로 주목되며 후대 작품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의 독자적인 세계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