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보는 19세기를 대표하는 사대부 시조 작가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본고에서는 이세보가 신지도 유배와 관련하여 지은 작품에 ‘병든 몸’의 인식이 중요하게 작동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여 유배일기인 『신도일록』을 병자(病者)의 시선에서 검토하고 일기의 뒤편에 수록된 유배시조에 드러난 ‘병든 몸’의 표현 양상과 그 의미를 살펴보는 데 목적을 두었다.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신(孤臣)의 충절의식의 표출에서 자식의 사친(思親)의 감정 토로로 초점이 이동된 점이다. 이세보의 유배시조 전체를 놓고 볼 때 충절과 강개로 인해 병이 들었다고 표현함으로써 군신 관계의 맥락 안에서 충절의식을 표출하는 데 병든 몸이 언급되었던 것에서 실제 육체적으로 병든 자식의 처지를 드러냄으로써 부자 관계 속에서 병든 몸이 인식되는 방향으로 옮아간 점이 포착된다. 둘째, 육체적으로 불편한 몸을 인식함과 더불어 유배지의 누추한 현실이 감각적으로 환기된 점이다. 병든 탓에 거동도 쉽지 않은 몸으로 불결한 공간에서 온갖 벌레들에게 고통 받는 현실이 시각, 청각, 촉각 등의 감각을 통해 포착된다. 셋째, 병든 청춘의 탄식이 드러나고 병자의 고독감이 투영된 점이다. 나이로는 삼십도 안 된 청춘이지만 병든 몸은 그를 탄식하게 했고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병자의 고독감은 심각하게 그려진다.
이세보가 병들어 온전하지 못한 몸으로 유배지의 열악한 의식주 환경을 견뎌내기란 어려웠을 것이고 게다가 젊은 나이에 그런 처지에 놓였기에 스스로 탄식하고 자기 연민에 젖어들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병든 몸으로 유발된 고통은 그로 하여금 자신에게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을 돌아보게 했으리라 생각된다. 이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한 존재로서 자기 자신에게 주목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태도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향후 국문시가 작품을 통해 포괄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