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대 가장 규모가 큰 박람회였던 공진회는 조선총독부 주관으로 1915년 9월 11일부터 51일간 경복궁에서 열렸다. 물산 장려라는 경제적 목적과 더불어 식민 지배의 정당성을 내보이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개최되었는데, 전체 관람객이 100만 명이 넘었던 대규모 행사였다. 공진회의 관람객 동원을 위해, 근정전 서쪽에 위치한 연예관에서 다동기생조합과 광교기생조합이 매일 번갈아서 정재 공연을 하였다. 공진회의 정재 연행 공간이 경복궁이라는 점에서 볼 때, 전통적으로 정재가 공연되었던 공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왕실의 번영을 송축하며 소수의 왕실 가족을 위해 연행되었던 정재가, 일제의 강점을 미화하기 위한 행사에서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위해 연행되는 것으로 탈바꿈된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