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 죄인 안도환은 한양과 한양 바깥을 가르면서 동시에 이어주는 문지방 장소인 한강을 건너 한양 땅을 떠났다. 한강을 건넘으로써 33년 개인사가 새겨진 장소이자 세속적인 욕망 충족의 장소였던 한양 땅을 벗어나 풍문의 장소인 한양 바깥의 넓은 세상으로 나아갔다. 말로만 듣던 조선의 여러 지역들을 몸으로 겪으면서 해남까지 이르는 동안 점으로 존재했던 경유지들을 선으로 연결하였고 그렇게 지리적 상상력이 확장되었다고 보았다. 땅끝 해남에서 안도환은 두 번째 경계이자 거대한 공간인 바다를 건넜다. 바다는 한양이 있는 육지와 배소가 있는 추자도를 가르고 이어주는 거대한 공간으로, 그 공간을 몸소 겪으면서 넘어감으로써 안도환은 전혀 알지 못했던 추자도에 당도하게 되었다. 무지와 미지의 공간이자 야만의 공간으로까지 경험 공간이 확장된 것이다. 그러나 한양을 떠나, 그리고 육지를 떠나 몸은 추자도에 있었지만 안도환의 마음은 한양을 떠나지 못했음을, 그로 인해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추자도라는 장소에 적응하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