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기영화는 장르 영화에 대한 인식이 명확하지 않은 1960년대 초 외화의 영향을 받아 제작되었다. 이 영화들은 장르적 특성상 당대 검열의 중요한 기준이었던 잔혹성과 전근대적 인식과 부딪힐 수밖에 없었는데, 검열은 이 영화들을 불허하기보다 수정 방향을 제시하면서 장르적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 흥미로운 움직임을 보인다. 검열은 당대 중요한 검열 기준의 하나였던 잔혹함이 드러나는 표현에는 속임수나 환상과 같이 실제로 일어나지 않은 일로의 수정을 제안해 잔혹성을 상쇄시키려 했고, 전근대적 인식과 배치되는 귀신의 등장은 살아 있는 이가 꾸며낸 사건으로의 수정을 요구해 설명할 수 있는 범주의 이야기로 전환시키고자 했다. 이로 인해 새롭게 등장한 장르인 괴기영화는 해명 가능한 사건들을 다루는 추리 혹은 스릴러 장르와 유사해진다. 그러나 관객들은 이 영화들보다 옛날이야기와 같이 원귀가 등장한 영화들에 관심을 보였다. 이 작품들은 슬픈 사연을 지닌 귀신을 등장시켜 잔혹함과 거리를 두고, 먼 옛날에 귀신이 등장한다는 설정으로 현실의 전근대성을 넘어섰다. 마치 검열의 지시를 고스란히 수용한 듯한 이 태도는 작품의 획일화와 같은 검열의 부정성을 드러내는 것으로 인식하기 쉽지만, 이 영화들이 단기간에 제작되어 재개봉관에서 개봉된 영화들이라는 점에서 검열을 빠르게 넘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검열은 제한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검열의 수용 역시 영화의 유형이나 목적에 따라 입체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