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대학화법연구회(北京大學畫法硏究會)는 중화민국(中華民國)의 초대 교육부 총장과 베이징대학(北京大學)의 교장을 지낸 차이위안페이(蔡元培, 1868- 1940)가 1918년에 설립한 회화사단(繪畫社團)이다. 차이위안페이는 ‘미육(美育)’ 을 통한 교육개혁이라는 자신의 신념과 중국 회화의 개혁이라는 목표 실현을 위하여 이 단체를 조직하였다. 즉 이 사단은 ‘서구 미술의 사실주의 도입을 통한 중국 미술 개혁’이라는 방향성이 뚜렷한 단체였다. 그런데 본래 목표와는 달리 이 단체의 활동은 베이징 전통파(傳統派) 화단의 결속과 영향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본 논문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요인을 분석하고 나아가 전통의 보존과 개혁의 추구가 첨예하게 대립하였던 20세기 초반 베이징 미술계의 성격을 파악하려는 취지로 작성되었다.
이 시기 전통파 화단의 성장 배경으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요인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는 베이징 화단의 주도 세력이었던 ‘문인 엘리트’들의 보수성과 이들의 전통 회화에 대한 옹호이다. 둘째는 대표적 전통파 회화사단인 ‘중국화학연구회(中國畫學硏究會)’의 설립과 베이징대학화법연구회 운영방식의 참작을 통한 이 사단의 근대적인 운영이다. 셋째는 중국화 개량론에 대항하기 위해 정립한 전통파 화단의 이론이다. 전통파 화가들은 자신의 주장을 베이징대학화법연구회의 기간지 『회학잡지(繪學雜誌)』 등에 게재하였으며 이를 통하여 보다 정밀화된 이론이 수립되었다.
이러한 요인들로 인하여 전통파 화단은 1920년대의 베이징 미술계를 주도할 수 있었다. 이는 베이징대학화법연구회의 기치와 선구적인 운영 형태가 정체되어 있던 베이징의 미술계에 준 자극과 범본(範本)으로서의 역할이 있었기에 나타날 수 있었던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