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국전쟁기 피난민 및 전재민의 난민됨의 상황을 ‘집의 상실과 파괴라는 측면에서 고찰한다. 기존 연구는 피난민이나 전재민 문제를 정치적 맥락에서 다루어 왔으나 전쟁이 극히 사회경제적 사태이기도 했다는 점을 환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경제적 사건으로서의 전쟁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것이 기존의 소유(권) 질서를 광범위하고도 급격하게 동요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주로 소유(권)의 상실, 모호, 몰수 등의 방식으로 일어났다. 이 글은 피난민과 전재민의 상황을 ‘박탈’로 파악하고 특히 ‘집’의 상실과 파괴에 초점을 맞춰 살펴보았다. 폭격과 점령 그리고 수복이라는 일련의 전쟁 과정은 대규모의 집-상실자를 낳았다. 전쟁 빈곤 사회의 비참은 국가에 의해 발견되었고, 연동하여 생명관리 통치가 작동했다. 수용 공간 제공이라는 피난민·전재민 보호 정책이 이에 해당한다. 그리고 당시 법적 근거 없이 폭력적으로 진행된 “역산” 불법 취득도 금지했다. 부역자의 재산을 의미하는 “역산”은 군경 세력의 재산 약탈을 증명하는 역사적 용어로 특히 “역산가옥” 탈취는 치안권력의 몰법적인 재산 약탈 상황을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전시 국가의 생명관리 정책과 행정의 한계는 분명했다. 피난민과 전재민의 고통을 분담하는 일은 ‘사회 공동체’로 넘어왔지만 부동산 소유자의 사적 이해 관철은 공적 요구에 냉담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거-거주의 장소를 잃어버린 빈한한 존재들의 삶의 곤경은 해결되기 어려웠다. 이들은 피난과 전재로 여기 저기 떠돌아야 했지만 사실은 국가와 사회 사이에서 난민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