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인도네시아 중견국 외교의 특징을 설명하고 이의 배경이 된 국내적 요인에 대해 해설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중견국 외교는 민족주의와 반식민지 혁명의 역사에서 나온 ‘독립적, 적극적’ 외교원칙을 고수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인도네시아는 지구적 이슈에 대한 관심, 다자주의 선호, 국제분쟁 중재 추구, 규범외교 등 중견국 외교의 특성을 모범적으로 드러내는 외교를 펼쳐 왔다. 틈새 외교가 아니라 거대담론을 논하는 규범외교, 그리고 많은 국가를 초청한 포용적 다자외교를 추구한다는 것이 인도네시아 중견국 외교의 특징이다. 개발도상국의 대표를 자임하며 강대국의 진영 외교를 넘어선 새로운 세계질서를 추구해 온 인도네시아의 대항헤게모니적 중견국 외교는 경제발전과 국력 신장을 배경으로 하여 최근에 나타난 것이 아니라 신생국으로서 외교적 자원이 부족했던 1950년대 중반부터 시작되었다. 다시 말해 인도네시아의 중견국 외교는 중견국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자기정체성이 빚어낸 결과가 아니라, 외교역량과는 별개로 세계질서를 주도하고자 하는 대국 정체성, 대국의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