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로부두르는 욕계(欲界), 색계(色界), 무색계(無色界)에 이르는 불교의 우주관을 집대성한 조형물이다. 보로부두르에 온 순례자들은 보로부두르 각 층을 오른쪽으로 돌면서 진리를 찾는 선재동자의 여행을 스스로 재현하고 체험하게 된다. 8-9세기 인도네시아의 건축 기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수학, 공학, 건설 기술, 예술적 능력을 어떻게 집대성했는가를 잘 보여주는 보로부두르를 건설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은 짧은 기간에 습득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기존에 알려진 대로 샤일렌드라 왕조의 힘만이 아니라 산자야 계통의 후원과 협력으로 건축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탑도 아니고 사원도 아닌 구조이므로 밀교의 만다라로 기획되었다는 주장이 있으나 보로부두르 어디에서도 금강승 불교의 특색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만다라라기보다 샤일렌드라와 산자야 왕조의 권위를 과시하고 부조를 통해 불교 교리를 학습시키기 위해 보로부두르를 건설한 것으로 파악된다. 보로부두르는 불교가 인도네시아 중부 자바에서 어떻게 고도의 세계관을 형상화하는 능력을 구비하게 했으며, 권력의 지향에 따라 어떻게 짧은 시간에 융성할 수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구조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