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송암 권호문의 〈한거십팔곡〉을 대상으로 서술의 구조와 양상을 살피고 이를 유발한 출처(出處)의 구체적 실상을 해명하고자 하였다.
〈한거십팔곡〉은 10연을 기준으로 1∼9연까지는 은거하기까지의 삶이, 11연∼19연까지는 은거 이후의 삶이 계기적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전자와 후자의 연은 서로 대응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거십팔곡〉은 이러한 계기적 서술과 각 연의 대응을 염두에 두고 창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송암은 20대부터 일관되게 향촌에 은거하며 학문을 궁구하고자 하였으며, 관물을 통해 도에 이르고자 하였다. 그는 출이 사대부의 소임이기에 이를 거부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였을 뿐 아니라 출과 처를 대립적으로 인식하지 않았으며, 20대부터 처의 대비항으로 출을 설정하여 다양한 작품에서 표현해 왔다.
따라서 〈한거십팔곡〉에서 드러나는 출과 처의 표현은 갈등이 아니라 작자의 상황과 정서 등을 부각시키기 위한 대비항으로 이해하여야 할 것이며, 〈한거십팔곡〉은 송암이 추구한 삶의 모습과 향촌에서 은거하면서 느낀 만족감이 표현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