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소위 ‘박정희 신드롬’과 함께 새마을운동을 재현하고 기념하는 서사 방식을 역사학은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1997년의 ‘박정희 신드롬’에서 새마을운동은 “박정희의 새마을운동”이라는 소유격으로 표현되는 개인 서사로 기념되었다. 새마을운동은 특정 정치 지도자의 성공적인 농정책이자 근대화전략으로 기념된 것이었다. 이에 대해 역사학은 박정희 이전부터 있어 왔던 농민들 스스로의 농촌운동과 일상적 경험을 포착하고 들려주는 방식을 통해서 새마을운동의 소유권을 농민들에게 돌려주었다. 그러나 이러한 작업이 성장주의적 추억과 욕망 자체를 근본적으로 비판한 것은 아니었다.
이 글은 정부 혹은 농민이라는 단선적인 경쟁 관계의 주인공뿐만 아니라 산업자본과 같은 제3의 주체까지도 서사의 장에 등장시키는 역사화 과정을 통해, 새마을운동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농촌의 변화와 건설은 1960-70년대 산업자본의 내수시장 개척과 확장을 위한 전략적 요청이기도 했다.
이 글은 또한 새마을운동의 역사적 맥락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만나게 되는 산업자본의 자기 확대 의지와 욕망이 오늘날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혹은 ‘해외 새마을운동’이라는 형태 속에 여전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10년대 이후 펼쳐진 새마을운동의 세계화, 해외 새마을운동, 혹은 새마을운동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은 성장주의적 자본 확장의 의도와 전략을 그대로 노출했다. 예를 들면, KT는 르완다에서의 새마을운동을 발판으로 당시 포화상태의 국내 통신시장을 넘어 “블루오션” 아프리카 대륙 전역으로 영업망을 확장시키는 포부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