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는 작품성 및 대중성에서 이미 검증된 동명의 웹툰을 그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방영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또한 안정적 극본은 물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과 다양한 연출적 시도 등을 보여주며 방영 후에도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타인은 지옥이다〉는 OCN의 “웰메이드 장르물”의 계보를 잇는 듯 보이지만 이 작품은 살인의 동기를 파헤치고 범인을 색출하여 징치하는 과정보다는 그 어떤 노력으로도 저지할 수 없는 무차별적 살인의 과정 자체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별점을 지닌다. 특히 웹툰에서의 캐릭터와 서사상의 공백을 당대 한국 사회의 현실 문제와 연관 지으면서 극적 개연성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비판 의식은 어떠한 적극적 의지나 희망적 전망으로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오히려 세계 안에서 인간은 필연적으로 서로를 신뢰할 수 없으며 그 어떠한 연대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의 인간에게 “타인은 지옥”이란 인식 그 자체는 결국 인간의 운명 자체가 영원히 지옥 안에 포박될 수밖에 없음을 드러낸다. 이러한 세계관 안에서 현실의 구체적 문제가 어떤 형태로 폭로된다 하더라도 인간 보편의 실존적 문제하에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은닉될 위험을 안고 있다. 더 이상 “우리”를 꿈꾸지 못하며 “좋은 삶”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버리는 국가, 권력, 사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도리어 그 무엇도 개선할 수 없다는 절망적 전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타인은 지옥이다〉의 진정한 잔혹함이 시작된다고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