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브레이도티가 여성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담론들을 위해 제시한 ‘어머니/괴물/기계’의 개념을 차용하여 조 라이트 감독의 〈한나〉와 박정훈 감독의 〈마녀〉에 등장하는 소녀 캐릭터를 분석한다. 두 영화 속에서 과학기술에 의한 두 소녀의 탄생은 출산의 영역을 과학이 장악하면서 어머니의 존재는 부재하고, 고립된 소녀들은 가부장적이고, 남성 위주의 합리적인 질서가 강요되는 세계 속으로 뛰어드는 현실을 보여준다. 괴물이 가진 상징성이 다름에서 오는 이질성을 의미하듯이 소녀들 역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가진 가늠할 수 없는 존재, ‘타자’라는 낙인이 찍혀 억압당하고, 배척당하는 존재로 규정지어지게 된다. 여성이라는 구체적 정체성을 가진 괴물로서 소녀들의 탁월한 능력 역시 소녀들을 위협적인 타자로 규정짓게 만들어 기존 논리들과 사회 체제를 보다 단단히 구축하고 존속하기 위해 반드시 제거되어야 할 대상이 되고 만다.
‘과학적 합리성’을 규범적 범주로 규정할 때 과학적 효용의 측면을 위해 만들어진 소녀들의 향상, 증강된 능력은 합리적으로 받아들여져야 하지만 그 능력이라는 것이 기득권이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것이 되는 순간, 사회구성원으로서 그녀들은 배제되고 만다. 영화 속에서는 포스트휴먼인 소녀들의 이미지는 보호받아야 할 존재이면서 동시에 괴력을 가지고 있는 이중성과 함께 과학의 영역을 몸에 소유하며 이상화 혹은 대상화되어 드러난다. 남성도, 어른도 아닌 ‘이중적 타자’로서 소녀 캐릭터는 관객과 거리를 유지하면서 과학적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남성 중심 사회의 허구와 악들을 드러내며 전복을 꾀하는 창조적 파괴성과 변화의 역동성을 표현하려 한다. 아울러 그녀들이 가진 젊음과 능력은 가능성과 잠재력에 등가물로 미래에 대한 희망과 함께 지금의 현실이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중요한 지점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결국 관객이 마지막으로 주목하게 되는 것은 그녀들의 이야기와 목소리가 아니라 소진되어 가는 소녀의 이미지에 담긴 괴물적 능력, 그리고 그 놀라운 능력을 만들어낸 과학의 우월함이며 나아가 굳건한 가부장적 체제 속에서 위태로운 그들의 미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