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라이프치히 미술관에는 라인강 하류 지역 출신의 한 화가가 15세기 후반에 제작한 〈사랑의 주술(Liebeszauber)〉이라는 작은 회화 한 점이 소장되어 있다. 이 그림은 삼면의 벽으로 둘러싸인 실내 공간 중앙에 위치한 누드의 한 여성이 작은 상자에 담긴 심장 모형에 부싯돌로 불을 붙이는 동시에 스펀지로 물을 뿌리는 장면을 담고 있다. 대다수의 선행 연구들은 이 여인이 뒤쪽 문가에 기대어 방 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남성을, 당시 실제 행해지던 특정 주술을 사용하여 유혹하고 있는 것이라 해석하였다. 브리기테 뤼만트(Brigitte Lymant)는 이 견해에 반박하며, 여성의 행위를 중세 후기 로맨스 문학에서 유행했던 ‘점화와 진화’의 메타포와 연결시켰다. 남성 구애자가 자신의 심장에 불꽃을 일으킨 여성에게 고통스럽다 토로하면서 그녀로 하여금 물을 뿌려, 즉 자신의 사랑을 받아 주고 궁극적으로는 성적 관계를 통해 그 고통을 잠재워 달라고 애원하는 서사 구조를 시각화했다는 것이다. 본고는 뤼만트의 논의를 확장시켜, 라이프치히 패널의 주요 인물인 누드의 여성과 남성 구애자, 그리고 그들이 위치한 공간 및 세부 오브제들의 상호 관계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면서, 이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 주제와 시각 구조가 무엇인지 밝히고자 하였다.
먼저, 중앙의 여성 누드는 1400년경부터 독일 로맨스 문학에서 에로틱한 사랑의 화신으로서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던 ‘거짓 미네’의 도상을 차용한 것으로, 이 작품의 초점이 인간의 성적 욕망임을 분명히 밝힌다. 또한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했던 부엌 혹은 식당과 같은 공적 공간의 요소들과 외부로부터 완전히 차단된 사적 공간인 욕실의 요소들을 하나의 방 안에 교묘하게 교차시켰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는 여성의 신체를 열린, 또는 닫힌 공간으로 비유하는 동시대의 수사학에 기대어, 성적 결합에 대한 남성의 환상과 이것이 실현되지 못한 현실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라이프치히 패널은 두 개의 창문과 열린 문의 배치를 통해 정면을 포함한 사방에서 여성의 몸을 모두 관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감상자들에게 상기시킴으로써 그들의 관음증적 욕망을 극대화시킨다. 또한 의미가 중의적이거나 모호한 세부 요소들을 통해 감상자에게 끊임없이 수수께끼를 던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바닥에 웅크린 개는 중세 상징의 전통에 따라 신실함과 성적 욕망, 우측 창가의 앵무새는 순결과 방종과 같은 서로 상반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이들의 의미를 명시해 줄 글을 적을 수 있는 띠 장식(banderole)은 공백으로 남겨져 있다. 감상자는 자신의 문화적 지식을 최대한 사용하여 난해한 그림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내러티브로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에로티시즘에 대한 자신의 관점에 대하여 재조명하고 숙고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