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에서는 신발굴 가집 『永言』을 학계에 소개하고 문헌의 특성과 계보적 맥락을 밝혔다. 『영언』은 시조 시인 이근배(李根培) 선생이 소장하고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영언 이근배본”으로 같은 제목의 다른 가집과 구분하였다. 『영언』은 필사본으로 건편과 곤편 2책으로 구성되었다. 18세기 후반 정조(正祖)대에 편찬되었고, 1809년에 박래원((朴來遠)이라는 사람이 현재와 같이 재필사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수록 작품은 시조 572수이다. 건편에 336수, 곤편에 236수가 수록되었다.
『영언』(이근배본)의 편제는 다른 18세기 가집과 같이 창곡별 분류를 기본틀로 삼으면서 이삭대엽에서는 작가별 배열 방식을 취하고 있다. 창곡은 初中大葉, 二中大葉, 三中大葉, 北殿, 二北殿, 初數大葉, 二數大葉, 三數大葉, 聳歌, 蔓橫으로 구성되었다. 당대의 음악인 삭대엽을 중심에 놓고 앞에는 당시에 고조(古調)로 인식되던 중대엽을 배치하였다. 뒤에는 18세기 들어 새롭게 등장한 ‘聳歌’와 ‘蔓橫’을 두었다. 이 가운데 중심은 이삭대엽이다. 이삭대엽은 유명씨와 무명씨로 나누고, 유명씨는 ‘海東諸作’ → ‘本朝 御製’ → ‘本朝’ → ‘閑散人’ → ‘娼流’ 순으로 소항목을 분류하여 수록하였다. ‘어제’를 ‘여말’ 앞에 배치하던 18세기 중후반 가집 편찬의 관행과 달리 ‘본조’ 앞에 두었다. ‘한산인’ 항목은 다른 가집의 ‘연대결고’와 ‘여항산인’을 합친 것이다.
여말 이전의 작가를 모아 놓은 ‘해동제작’에는 이전 가집에 보이지 않던 13인이 새롭게 등장한다. 조선의 사대부 작품을 수록한 ‘본조’ 항목을 보면 이전 가집과 달리 조선의 개국 공신을 다수 포함하였다. 또한 『시조』(존경각본), 『청구영언』(장서각본), 『가조별람』, 『시가』(박씨본) 등과 그 특성을 공유하는 한편, 이정보와 같이 『해동가요』 계열에만 등장하는 작가도 수렴하였다. 이러한 양상은 『청구영언』(김천택 편)에서 비롯되어 『시조』(존경각본), 『청구영언』(장서각본), 『가조별람』, 『시가』(박씨본)로 이어지는 흐름과 『해동가요』 계열로 나뉘어 전승되던 18세기 가집 편찬의 두 줄기가 비로소 『영언』(이근배본)에서 통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영언』(이근배본)에서 형성된 이러한 흐름은 이후 『영언』(이근배본)의 약본인 『청구영언』(홍씨본)을 거쳐 『악부』(서울대본), 『악부』(나손본), 『시여』(김씨본), 『신정가보』, 『靑丘詠言』(가람본), 『병와가곡집』으로 이어졌고, 『병와가곡집』에서는 다시 한 번 전승 작품의 집대성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처럼 『영언』(이근배본)은 18세기 후반 가집 편찬의 여러 흐름이 만나는 매우 중요한 결절점이었던 것이다. 『청구영언』(홍씨본)은 『영언』(이근배본)에서 이삭대엽 사대부 작가를 중심으로 선별한 약본(約本)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