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무가에는 인간 세계와 구분되는 타계가 여럿 등장한다. 본고는 이 가운데 일반본풀이에 주로 보이는 ‘천상’과 ‘서천꽃밭’을 대상으로, 무가가 상상한 타계의 속성과 그 신화적 논리를 고찰했다.
인간 세상과 구분되는 타계의 기본적 속성은 무엇보다 그곳이 초월적 힘의 소재지라는 데에 있다. 천상 곡종, 생명꽃 등의 신이한 사물은 물론, 타계의 신격 역시 초월적 힘의 신화적 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초월적 힘의 근원적 소재지임에도 불구하고 초월적 타계는 결함 있는 세계로 형상화되는데, 이는 타계가 인간에게 있어 동경의 대상이 되지도, 이 세계에 구현되어야 할 모델로 인식되지도 않음을 뜻한다.
타계 상상을 통해 무가 향유 집단이 지향한 바는 타계의 초월적 힘을 인간 세계에 끌어들여 문제적 상황을 극복하는 데 있었지만, 이는 단순한 주술이나 맹신과는 변별된다. 타계의 초월적 힘을 획득한 인간이 신격으로 좌정함으로써 신화적 우주 내부의 ‘이자적 외부’가 확대되는바, 타계 상상은 새로운 신격의 창출과 이자적 외부의 확장을 통해 세계를 재구성함으로써 현재의 문제를 해결해가려는 인문적 활동이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무가의 타계는, 새롭게 부각된 인간사의 문제를 신화적 우주의 확대 및 재편을 통해 해결하려는 신화사적 기획 과정에서 상상된 신화적 관념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