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영언』(이근배본)의 무명씨가 어떤 분류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영언』(이근배본)의 가집사적 위상을 점검해 본 것이다.
『영언』(이근배본) 무명씨에는 총 160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크게 전반부의 100수와 후반부의 60수로 나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전반부 100수는 김천택 편 『청구영언』의 내용별 분류체계를 이어받아 이를 조정하고 보완하는 형태로 작품을 배열하고 있다. 반면 후반부 60수는 김천택 편 『청구영언』과 무관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연상의 원리’에 입각하여 작품을 배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영언』(이근배본) 무명씨의 분류체계는 ‘내용별 분류+연상의 원리에 의한 작품 배열’이라는 이중 구조를 선택한 셈인데 이는 가집 무명씨 분류의 흐름 상 과도기적 모습을 취한 것이다. 김천택 편 『청구영언』을 비롯한 18세기 초·중반의 가집들은 내용별 분류 위주로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반면 18세기 말~19세기 초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해동풍아』-일명 『해동가요』(일석본)-는 연상의 원리에 입각하여 작품을 배열하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과도기적 특성을 보여주는 『영언』(이근배본)은 18세기 후반의 산물로 이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