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李達 詩의 다양한 이미지와 이와 결부된 시인의 정신적 지향 및 인생태도를 조명한 것이다. 이달 시의 표현상 특질은 주로 묘사를 활용하고 자주 서사구조를 차용한다는 데 있다. 묘사 속에 자주 등장하는 새와 곤충의 이미지, 여성형상, 하강 이미지 등은 생기와 활기를 점차 잃어가는 시인 자신을 비유한다. 시인은 소멸의 상상력을 드러내는 이 일련의 이미지들을 통해 병든 세계 속에서 생명력이 차츰 소진되어 간다는 인식을 전한다.
시인은 이러한 인식에서 배태된 허무의식을 계기로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기 시작한다. 상처 입은 식물을 형상화한 것은 존재의 본질이 끈질긴 생명의지에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 위해서이다. 그는 더 나아가 석류꽃・오동나무 꽃・등나무 꽃 등 무더기 꽃이라는 상징을 창조하여 생명의 근원적인 힘과 아름다움이 어우러진 상태가 바로 생명의 본질임을 암시하였다. 그리고 이를 획득한 이상적인 인물의 모습으로 將帥・神仙・修道者・隱者・藝人의 형상을 빚어내었다. 상승의 이미지와 어울려 나타난 이 일련의 이미지들은 생성의 상상력을 보여주는 意象들이다.
시인은 한편으로 유랑의 삶 속에서 자신과 같은 고통을 지닌 서민들을 주시하였다. 그는 서사구조의 단형 시를 통해 서민의 고난을 묘사하고 깊은 공감과 연민의 정을 표출하였다. 더 나아가 그들에 대한 유대감과 동류의식을 시화하기도 하고 서민들의 건강하고 발랄한 모습을 묘사하여 인생의 참다운 행복을 제시하였다.
이달의 시는 고난을 계기로 하여 존재의 본질을 탐색하고 서민의 고통과 슬픔에 공명해가는 그의 정신역정을 드러냄으로써 그가 성취한 깊고 넓은 정신세계를 엿보게 한다. 특히 소멸과 생성의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정신적 지향을 다양한 이미지와 다채로운 인물형상으로 표출해낸 것은 李達 詩가 唐詩風 詩로서 찬사를 받는 연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