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며 무수한 감정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부정적 측면이 강한 ‘혐오’라는 감정이 대두되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혐오가 발생하는 지점은 과연 어디인가. 혐오는 타자와 나를 비교하는 시선에서 비롯한다. 즉, 자신의 결핍을 타자가 충족한 상태일 때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미움이 되고, 그 미움이 분노가 되며, 분노의 방향성이 단수가 아닌 복합적 다수일 때 그 대상에 대한 무분별한 혐오의 감정으로 확장된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영화 〈기생충〉은 서로 다른 층위에 살아가는 두 가족이 자신보다 자본이 적다는 이유로, 자본이 많다는 이유로 서로를 향한 불편한 감정이 혐오로 번져 결국 비극을 일으키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박동익의 가족은 김기택의 가족 및 집안일을 담당해주는 사람들 없이 생활할 수 없는 관계이기에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노동의 댓가를 지불하는 상호보완적 관계이자 서로에게 '기생'하는 형태를 보인다. 그러나 ‘냄새’와 '선'이라는 형태로 약자인 타자에 향한 혐오표현을 표출하는 박동익의 언행으로 타자를 내려다보는 시선이 드러난다. 그 시선은 김기택으로 하여금 혐오표현에 대한 반응으로 박동익을 살해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김기택의 살해행위는 사회적 규범뿐만 아니라 도덕, 윤리에 따라 금기다. 그러나 한 공간에서 공생하던 인물들이 공멸을 맞이하게 된다는 점에서 기택의 살해행위를 유발하는 '혐오'감정의 발생과 표출되는 과정까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