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은 끊임없이 사회 변화와 지배적 가치, 수용자의 정서를 텍스트 안으로 수렴하고, 다시 텍스트를 통해 확산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는 장르-사회간 공진화를 의미하는데, TV드라마의 ‘동성애’ 재현방식 역시 그 시대의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담론, 수용자의 감수성, 용인 정도에 따라 변화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2020년 방영된 동성애를 다룬 〈야식남녀〉(JTBC), 〈(아는 건 별로 없지만)가족입니다〉(tvN)의 서사 분석을 통해 이들 드라마가 동성애와 동성애자를 어떤 방식으로 재현하고 있으며, 무엇을 배제하는지를 밝힘으로써 동성애 소재 드라마의 사회적 공진화와 정치성을 논의하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이들 드라마는 주변부에 머물던 동성애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고, 호기심과 관음의 대상이거나 비극적 숙명을 가진 인물이 아니라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사회의 주체로 호명하였다.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도 동성애 문제와 갈등을 개인의 문제로 제한하고, 인간적 관용이나 가족애로 봉합하던 방식에서 탈피하여 동성애자에 대한 근거 없는 차별과 혐오, 그리고 이성애규범성을 바탕으로 하는 전통적 결혼제도에 대한 의문 등 사회적 의제들을 직접적으로 제기했다. 그러나 등장인물의 직업을 디자이너, 셰프, 바리스타 등으로 제한함으로써 동성애를 사회제도 밖에서 다루고, ‘감춤의 전략(the strategy of the closet)’을 통해 남성 동성애자들의 섹슈얼리티를 배제하는 등 선택적인 탈정치화 전략을 보였다. 이를 사회적 공진화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에서 동성애가 대중문화의 주류코드로 유입되고 개인적 차원에서 동성애에 대한 용인의 정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가부장제하에서 특히 남성 동성애에 대한 거부감이 높은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 현재도 성 소수자 등에 대해 차별을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동성애 합법화라며 반대하는 여론이 적지 않고,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등 법적, 제도적으로 동성애자의 인권과 권리를 보호하는 데는 소극적인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