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메타모포시스라는 낯선 용어의 함의들이 근대전환기 한국의 문화 변동을 이해하는 데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특히 임화의 『개설신문학사』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한국 근대소설의 성립을 둘러싸고 오랫동안 대립해온 이식문학론 대 내재적 발전론의 논쟁 구도는 최근 고유문화와 외래문화가 절합되는 독특한 방식에 대한 탐구로 수렴되는 듯하다. 문화의 메타모포시스 연구는 바로 이러한 결론을 출발점으로 삼아 근대전환기 한국의 문화변동을 분석하고자 한다. 2장에서는 문화의 메타모포시스에 관한 몇 가지 이론적 자원들을 검토하면서, 임화의 문화론에 나타난 문화의 속성들을 보편성, 혼종성, 독특성의 총체로 분석했다. 나아가 이러한 문화의 일반적 속성들에 근거해 ‘민족문화’를 실체화하지 않으면서도 식민지 역사에서 민족적 정체성을 옹호하는 것이 어떤 의의를 지닐 수 있는지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메타모포시스의 다층적 함의들을 통해 임화의 『개설신문학사』의 문제의식을 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했다. 임화는 식민권력의 예속화에 의한 제도의 폭력적 이식(식민지적 변형)을 인정하면서도, 문화적 전통과 이식의 창조적 절합을 통해 피식민자의 주체적 역량을 증대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전통 계승을 둘러싼 연속과 불연속의 문제는 요소들과 구조의 층위로 구별해볼 수 있다. 요소들의 차원에서는 과거의 고유문화와 외래문화의 이질적인 요소들을 절합하여 제 3의 독특한 문화를 창출하는 과정이 늘 새롭게 반복되며, 이런 점에서 과거는 늘 현재와 공존한다(연속성). 동시에 ‘근대’로의 전환은 세계를 인식/구성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일종의 ‘단절’을 수반했다(불연속성). 임화는 이러한 구조적 전환(단절, 이식)을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구조 안에도 온존하는 전통과 외래문화적 요소들을 창조적으로 절합한 ‘조선문화 건설’이 조선민족의 역량 증대와 탈식민화로 이어지기는 길을 모색했다. 일제말의 시점에서 임화의 문학사 쓰기는 근대전환기의 불연속과 단절로 조각난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수행적으로 재구성하려는 실천인 동시에, 일제말 ‘전형기’(轉形期)의 탈근대/탈식민적 욕망을 근대초 ‘과도기’의 시간에 투영함으로써 아직-오지 않은 미래의 새로운 사회적 상상을 모색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