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40년대부터 1950년대에 걸쳐 활동한 미군 통역관 출신 작가 및 미군 통역관이 표상된 문학 작품이나 자서전으로부터 ‘미군 통역들의 문학사’를 구성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조선인 미군 통역관’이란, 조선, 일본, 하와이, 미국, 중국 등지를 이민, 망명, 유학, 귀환 등 다양한 형태로 이동한 사람들이자 미군과 함께 조선 및 일본이라는 국가의 해체, 재건, 분열의 최전선에 서 있던 복수 언어 화자들이다. 조선이 일제에서 해방되기 이전부터 이미 일본과 미국이라는 두 제국과 그 언어들 사이에 끼여 있었고, 이 시대적 상황이 잉태한 상징적 존재 중 하나가 바로 조선인 미군 통역이다.
우선, 미군 통역들의 생성사와 그 표현 활동의 실태를 역사적으로 밝혀 보았다. 미군 통역을 경험한 재일 및 재미 디아스포라 표현자들의 존재를 밝힘과 동시에, 이들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로 조선어, 일본어, 영어의 삼중 언어 화자였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 후, 미국과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 디아스포라 작가들이 1940년대에서 1960년대에 걸쳐 쓴 미군 통역에 의한/에 관한 문학 작품을 검토해 보았다. 제2장의 시기 및 지역 구분에 맞추어 ‘이동’ 및 ‘다중언어’라는 특징을 띤 작품들을 분석했다. 여기서는 1)미 전략사무부(OSS) 요원이었던 김강이 1908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대한제국 외교고문 스티븐스의 살해 사건을 다룬 「義士 장인환」(조선어, 1947년), 패전 후 일본을 점령한 연합군에서 일했던 조선인 통역을 뜻밖에 부각시킨 김석범의「까마귀의 죽음(鴉の死)」(일본어, 1957년), 3)미군정기 통역의 모습을 일본 땅에서 그린 류벽의 「군수 대감(郡守大監)(조선어, 1955년), 4)조선전쟁을 다룬 리처드 김(김은국)의 『순교자(The Martyred)(영어, 1964년)와 기타 에이치(北影一)의 『제3의 죽음(第三の死)(일본어, 1965년)을 각각 검토했다.
두 제국이 교차하는 곳에서 태어난 미군 통역관들은 국민국가의 경계를 신체적으로도 언어적으로도 넘나들면서 표현 활동을 했다. 이러한 통역들의 표현 활동, 및 통역들에 관한 표상에 대해 지역과 언어를 횡단하는 분석은 종래의 국민주의적 근현대 ‘조선문학’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한다. 이 글을 통해 여러 지역에서 전개된 조선인들에 의한 문학을 병렬적이며 상호 침투하는 ‘복수의 조선 문학’으로 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