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들어서 인도네시아의 10여개가 넘는 대도시에는 명 초기의 환관 해군 제독, 쳉호(정화)의 이름을 딴 모스크가 건립되었다. 쳉호가 15세기 초에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등지에 여러 차례 방문한 이후 화인 커뮤니티는 유·불·도교가 혼재된 중국풍 사원에서 그를 신으로 추앙해왔다. 21세기에 쳉호는 무슬림으로서 그 존재적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다. 쳉호 모스크를 세운 화인단체는 현대사에서 화인들이 겪은 차별과 폭력을 뒤로 하고, 이슬람으로의 개종을 통해 현지 사회에 본격적으로 동화하려는 전략을 구축해왔다. 그런데 이 단체는 쳉호의 원정단이 자바에 이슬람을 전파시킨 선구자라는 담론에 근거하여 화인 무슬림들이 인도네시아 이슬람의 저변 확산에 기여한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식민시대에 한 네덜란드 관료가 발견했다는 『스마랑 중국인 연대기』와 『찌레본 중국인 연대기』의 내용에 전적으로 의존한 이 담론은 사료의 진위성이 완전히 검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에 널리 퍼졌다. 화인 무슬림들은 쳉호 모스크의 건축과 운영을 통해 이슬람이 배타적 종교가 아니며, 화인들은 군도의 이슬람 문명 건설에 기여한 커뮤니티로 인식되도록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