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어 연구를 과학적 방법론으로 정착시키려고 했던 노력은 꽤 이른 시기부터 발견되는데, 특히 1920~30년대에 벌어진 여러 가지 표기법 관련 논쟁에서 상대의 논리를 ‘비과학적’이라고 비난하고 과학적 언어 연구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주장하는 대목에서 그러한 경향이 잘 드러난다. 그런데 이러한 논쟁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바로 1926~27년 사이에 『동광』지에서 벌어진 자산 안확과 주시경 제자들 간의 논전이다. 안확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언어는 물론이고 문학, 정치, 음악, 무술 등 각 방면에서 자신의 독특한 견해를 피력한 ‘국학자’인데, 그는 특히 꽤 이른 시기부터 주시경의 학설을 줄곧 비판해 온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시경에 대한 안확의 이러한 문제제기는 ‘언어란 무엇인가’, ‘언어학이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이른바 메타언어학적 쟁점이 형성되는 데 기여했고 당대의 조선어 연구에도 일정한 자극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동광』지에서의 논쟁을 중심으로 ‘과학으로서의 언어학’을 주장한 안확의 조선어 연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과연 무엇이었으며 그것에 내재하고 있는 난점, 즉 과학으로서의 언어학이 처한 곤란함은 어떠한 것인지를 검토해 보고자 한다.